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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 중요한 건 그날의 스코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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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avid
댓글 0건 조회 348회 작성일 22-09-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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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 중요한 건 그날의 스코어가 아닙니다
“골프가 원래 이렇게 어렵고 힘든 운동이었어?” 요즘 내가 주변 골린이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나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가 집단 최면에 걸린 듯 똑같은 말을 이어간다.

"잘 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힘을 빼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네."

탄탄한 기본기와 좋은 태도를 유지하려는 자세

골프를 잘 치고 싶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잘 치고 싶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맑은 하늘 아래 푸르른 잔디를 설렁설렁 밟다가 작은 공을 클럽으로 툭 쳐서 홀에 넣으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행위에 비해 돈 많이 드는 사치 운동인 줄만 알았던 골프를 직접 체험하면 알게 된다. 골프가 얼마나 강도 높은 체력과 인내력을 요구하는지. 어디 이뿐인가. 지겨우리만치 꾸준한 노력과 자기 관리는 물론, 코스 전략 및 도전 정신 등 창의력과 강한 정신력까지 필수 장착해야 하는 운동이라는 점도 깨닫는다.

다양한 운동을 섭렵하다 보면 결국 골프가 최종 목적지가 된다는 말은 골퍼들 사이에서는 진리로 통한다. 최근 골프 프로에 도전했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도 "다시 태어나도 유명한 야구 선수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골프나 유도 같은 개인적인 종목을 해보고 싶다"라고 대답할 만큼 골프는 매력적인 운동이다.

꾸준히 연습하면 대체로 퇴보 없이 성장하는 타 운동과 달리 골프는 그렇지 않다. 한겨울에 드라이빙 레인지(흔히 닭장이라고 말하는 야외 골프연습장)에서 온몸에 땀이 흐를 만큼 연습한다 해도 다음 해 스코어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싱글 플레이어(골프에서, 핸디캡이 한 자리 수인 선수를 이르는 말)라고 자신했던 골퍼도 언제든 속칭 '백순이, 백돌이'(100타를 오가는 사람)가 되어 채를 꺾든지 다시 겸손해지든지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골프다. 골프 여제 박세리 감독조차도 어느 날 스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다고 고백하지 않았던가.

오죽하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도 자서전을 통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들' 중 하나로 자식, 미원과 함께 '골프'를 뽑았을까.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아버지의 추천으로 골프를 시작했는데, 당시 이병철 창업주는 일본 유학길에 오르는 아들에게 "골프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배우게 된다"라고 설명했단다. 이건희 회장 역시 아들 이재용에게 "골프는 집중력과 평상심을 키워준다"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삼성가는 3대에 걸쳐 골프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필드에 나가면 우스꽝스러운 스윙 자세로 치는 분들을 보게 된다. 스윙 자세는 습관과 같아 한번 굳혀지면 교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처음에는 돈이 들더라도 무조건 프로에게 배워서 기초를 잘 다져놓는 것이 좋다. 매 홀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순간에는 모두가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샷을 날려야 한다. 이때 스윙 자세가 좋지 못하면 제아무리 싱글 플레이어라고 해도 동반자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누구도 예외 없이 어느 정도 스코어 방어를 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면 그때부터는 스윙 자세로 진짜 실력이 판단된다. 동반자들의 눈이 즐거워지는 폼생폼사(form生form死)의 이유도 있겠지만, 결국 바르고 좋은 자세가 오래도록 멋지고 좋은 샷을 날릴 수 있는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 선수들도 스윙 자세가 좋지 못하면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서라도 자세를 교정한다.

구력이 쌓이면 쌓이는 대로 이상한 습관이 또 생겨서 자세도 망가지기 마련인데 꾸준히 교정을 받는 편이 바람직하다. 역시 인생도 골프도 탄탄한 기본기와 좋은 태도를 유지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골프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배우다

나는 골프를 치던 엄마의 권유로 일본 유학에서 돌아오던 20대 때 처음 골프를 배웠다. 당시 패션 사업을 하고 있던 나에게 비즈니스를 잘하려면 골프를 배워야 한다면서 엄마는 골프 회원권까지 선물해 주셨다. 요즘이야 MZ 세대도 즐기는 흔한 운동이 골프라고 하지만 그 시절만 해도 취미 골프를 치는 또래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엄마 손을 잡고 골프장에 가면 대부분 부모님 세대의 어르신이었다. 내가 라운딩 중 스코어에 신경 쓰면, 프로님은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치는 일에만 신경 쓰라고 조언했다."

훌륭한 조언 덕분에 구력은 저절로 쌓여갔지만, 실력은 만년 백순이에 머물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땐 잘 쳐야 할 이유나 목표 설정이 없으니 실력이 늘지 않았다. 재미가 없어지니 결국 연습도 안 하게 됐다. 무엇보다 골프를 통해 인생의 통찰력을 배울 수 있는 역량이 내겐 부족했던 것이다.

20대를 지나 30대가 됐을 때, SNS 발달과 함께 2030 골프 동호회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호회라는 곳에 가입했고, 운영진까지 맡으면서 업체로부터 값비싼 골프 용품까지 협찬받았다. 또래들과 같이 운동하고 놀면서 협찬까지 받으니 마치 셀럽이 된 듯한 기분과 함께 어찌나 신나던지.

하지만 그러한 재미도 잠깐, 무분별하게 받는 협찬 제품들이 내가 정말 필요로 하는 물건인가? 이러한 삶의 모습이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인가? 자문하는 순간이 왔다. 그러자 이내 나의 관심사는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그러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고 '집콕'하며 작가 모드로만 살게 됐다. 처음에는 이 순간이 천국인가 싶었지만, 이내 갑갑함을 느끼며 글럼프(슬럼프에 빗대어 글이 안 써지는 증상)에 빠지기 시작했다. 인생은 돌고 도는 회전목마와 같고,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니 예전에 입던 옷을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나는 먼지 쌓인 골프 클럽을 다시 꺼내어 첫 스승인 KLPGA 프로님에게 연락했다. 그리하여 구력 15년 차인 지금도 1:1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

MZ세대인 내가 골프의 매력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골프는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는 깨달음을 얻으면서부터 다. 오랜만에 다시 잡은 골프 클럽 덕분에 인생 해저드를 탈출하면서 깨달은 즐거움을 하나씩 기록하는 중이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마지막 홀아웃 페이지까지 함께 플레이 하면서 나눠보려고 한다.

Shall we play with me?

Text 이은영(작가 및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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